맨발로 쓴 에세이

《맨발로 쓴 에세이》 조강지처 광교산, 때로는 맨발로 애인처럼 안아주다

맨발로 걸어라 2025. 6. 1. 08:49

광교산은 나의 조강지처이자 애인입니다. 맨발로 안긴 그 품속에서 나눈 운우지정 이야기.


 

이 맨발나그네는 지난 17년간 맨발로 수많은 산들의 품에 안겨왔었다. 그중에서도 광교산은 늘 내 곁을 지켜온 조강지처라 우겨왔고, 나머지 산들은 잠시 설렘을 안겨주는 애인들이라고 말하며 그녀(山)들의 품에 안겨왔다.

'조강지처(糟糠之妻)'는 《후한서》의 <송홍전(宋弘傳)>에 나오는 말로, '술지게미(糟) 와 쌀겨(糠)로 끼니를 이을 만큼 구차할 때 함께 고생하던 아내'라는 뜻이다. 후한 광무제 시절, 대사공 송홍은 황제의 누이인 호양 공주의 마음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가난하고 천할 때의 친구는 잊지 말아야 하며, 술지게미와 겨로 끼니를 이을 만큼 구차할 때 함께 고생하던 아내는 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말로 자신의 조강지처에 대한 의리를 지켰다고 한다.

나에게 광교산은 그런 조강지처다.


광교산, 40년 동고동락한 나의 조강지처

사실 광교산은 나와 40년 이상을 동고동락한 진정한 조강지처이다. 언제나 그 자리에 묵묵히 서서 나를 기다려주는 존재다. 하지만 때로는 게으름 때문에, 혹은 다른 산들의 유혹에 빠져 광교산을 소홀히 한 적도 많았다.

아마도 이런 감정을 '권태기'라고 부르는 것이 겠지.  광교산은 사시사철 옷을 갈아입고 새로운 모습으로 나를 맞이하려 노력하는데, 나는 그저 항상 곁에 있어 언제든 안고 싶을 때 안으면 되는 존재로만 생각했던 것 아닌가 생각한다. 나는 그녀의 노력을 당연하게 여겨왔다.

 


조강지처에서 애인으로, 광교산과의 특별한 운우지정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본다.

가끔은 광교산을 조강지처가 아닌 '애인'으로 생각하고 그의 품에 안겨보는 것은 어떨까 하고 말이다. 금강산이나 백두산이 아닌, 선계에서 선녀를 안는 듯한 환상이라면 그 황홀감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파도처럼 번질 것이다. 광교산을 조강지처가 아닌 애인으로 생각하며 오롯이 집중하고, 그녀의 숨결과 내 발바닥의 감각이 하나가 되는 순간. 이 교감이야말로 진짜 ‘운우지정 (雲雨之情)’ 아닐까. 

섹스에서 환상 섹스를 음탕하고 부도덕하게 여기는 시선도 있지만, 환상 자체는 건강한 것이므로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하지 않는가?

광교산의 품에 안기는 것이 그녀(광교산)의 오르가슴에 이르는 충분조건이긴 하겠지만, 필수조건은 아닐 거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조강지처 광교산을 '애인'으로 생각하며 우주를 천장 삼고 대지를 방바닥 삼아 뒹굴기를 자주 해왔다.

 


산과의 '운우지정'이 주는 놀라운 효능

흥미롭게도 산과의 '운우지정'은 실제 육체적인 '운우지정'이 주는 효능과 놀랍도록 닮아 있는 걸 알 수 있다. 한 번의 '운우지정'에는 대략 200~400kcal의 열량이 소모되어 다이어트와 심장을 튼튼하게 해준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노화 방지 호르몬인 DHEA의 혈중 농도가 평소의 5배에 이르러 노화를 방지해주고, 두통, 치통, 관절통 등의 통증을 완화하며 심지어 요통까지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고도 하는데, 이는 절정의 순간과 그 직전에 분출되는 엔도르핀과 옥시토신 때문으로 추정 된다고 한다.

'운우지정'을 나누면 면역글로블린A의 분비량이 증가해 감기나 독감 등 호흡기 질환에 대한 저항력이 강해지는 면역력을 향상시킨다고 하고, 또한 성적 흥분 상태가 되면 암세포를 죽이는 T림프구가 백혈구 내에 순식간에 증가하여 여러 암이나 전립선암의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도 한다. 심폐 기능을 향상시켜 혈압을 떨어뜨리고, 결과적으로 심장병이나 뇌졸중의 위험을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 이 외에도 많은 연구자들이 '운우지정'의 효능을 설파하고 있다.

그저 걷는 것 같지만, 그녀(山)들과의 맨발 교감은 내게 최고의 치유이고 사랑이다.

 


이처럼 놀라운 효능들이 산과의 '운우지정'에서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으니, 내가 시간이 날 때마다 배낭을 둘러메고 그녀(山)들과의 '운우지정'을 위해 길을 떠나는 이유가 충분하지 않을까? 

그녀 (山) 들의 품에 안기면 도심의 시끄러움이 사라지고, 하늘은 지붕이 되고, 대지는 내 방바닥이 된다. 나는 우주와 하나가 되어 그녀와 온몸으로 사랑을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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