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로 쓴 에세이

《맨발로 쓴 에세이》 자연을 벗삼아 맨발로 한가로이 걷기 : 느림의 미학을 찾아서

맨발로 걸어라 2025. 6. 1. 17:22

맨발나그네, 숲 속에서 느리게 걷다

 

 

"빨리빨리"가 미덕인 시대에 우리는 늘 남보다 뒤처질까 봐 두려워 앞만 보고 달려갑니다. 하지만 과연 이 속도 경쟁 속에서 우리는 진정한 행복을 느끼고 있을까요?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의 저자 피에르 쌍소는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를 일깨워 줍니다. 그는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로운 삶을 위해 여러 가지를 제안하는데, 그중 첫째가 바로 **'한가로이 거닐기'**입니다.

숲이 주는 치유의 시간

 

쌍소 작가의 말처럼, 숲 속을 머리를 비우고 아무 생각 없이 걷다 보면 은밀한 행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저 역시 혼자만의 시간을 내어 집에서 가까운 독산성 산림욕장이나 융건능을 발길 닿는 대로 걷곤 합니다. 누구는 배부른 행동이라 탓할지 모르지만, 카메라 가지고 노는 것 외에는 아무 생각도 목적도 없이 그저 걷는 시간은 그 자체로 소중한 휴식이 됩니다.

걷기는 단순한 신체 활동을 넘어 우리의 정신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미국 듀크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걷기는 긴장, 불안, 우울에 대한 예방 혹은 치료 효과를 보인다고 합니다. 육체적인 효과 못지않게 정신적, 심리적 긍정 영향이 상당하다는 것이죠.

 

 

심지어 월간 <산> 2017년 10월호에 실린 병원 환자 대상 실험 결과는 더욱 놀랍습니다. 창밖 자연경관을 항상 보는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회복 속도가 빠르고, 입원 시간이 단축되며, 진통제 투여가 감소하고, 수술 후 합병증까지 줄이는 효과를 나타냈다고 하니, 자연이 주는 치유의 힘은 생각보다 훨씬 강력합니다.

저 또한 원인 모를 편두통에서 해방되기를 기원하며 요즘도 이곳저곳을 한가로이 걷습니다. 남은 삶을 살아가는 동안 피에르 쌍소가 제시한 여러 방법들을 실천하며 느리게 살아갈 생각입니다.


달팽이처럼, 강물처럼: 나만의 속도로 살아가기

정목 스님의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는 책은 느림의 미학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줍니다.

'강물이 느리게 흐른다고 강물의 등을 떠밀진 마십시오. 액셀러레이터도 없는 강물이 어찌 빨리 가라 한다고 속력을 낼 수 있겠습니까. 달팽이가 느리다고 달팽이를 채찍질 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행복이라 믿는 경우 행복이 아니라 어리석은 욕심일 때가 대부분입니다. 우주의 시계에서 달팽이는 느려도 결코 늦지 않습니다.'

정목 스님의 말씀처럼 강물에게는 강물의 시간이 있고, 달팽이에게는 달팽이의 시간이 있습니다. 각자에게는 각자가 견뎌야 할 시간이 있건만, 우리는 모두에게 등 떠밀리고 채찍질당하며 삶을 이어갑니다. 그렇게 살아왔건만 크고 무거운 짐은 어깨에서 내려올 줄 모르고 버티고 있죠.

 

스님은 이 책에서 '욕망, 갈등, 소외, 불행 등은 모두 내 해석과 판단에 의해 창조되는 세계입니다'라고 말하며, '과거는 집착하고, 미래는 근심합니다. 과거의 일을 놓지 못하고, 오지도 않은 미래의 일을 앞당겨 근심에 빠져 있는데 어찌 행복할 수 있겠습니까'라며 마음이 현재에 있지 않으면 행복할 수 없다고 강조합니다.

'몸이 아픈 것은 마음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라는 구절은 몸과 마음의 밀접한 관계를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줍니다.

 


숲이라는 종합병원, 지금 이 순간을 걷다

바쁜 현대를 살아가는 입장에서 숲이라는 종합병원에 통원 치료를 받기 위해 자주 시간을 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몸과 마음을 추스르지 않으면 더 긴 시간을 헤맬 것이 분명하기에, 저는 마음을 다잡고 숲속에서 '멍때리며 걷기'를 해볼 요량입니다. 이 기회에 한 박자 쉬어가는 삶을 가져볼까 합니다. 모두 '빠르게 빠르게'만 외치고 움직이는 세상에서 과연 얼마나 갈런지 모르지만, 저는 저만의 속도로 자연을 벗 삼아 한가로이 걸어가려 합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이 한걸음이 어쩌면 사치처럼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나는 믿습니다. 느리게 가는 삶은 결코 늦지 않다는 것을.

 

자연을 벗삼아, 한가로이 걷는 이 길 위에서
나는 조금씩 치유되고, 조금씩 나를 되찾아 갑니다.

여러분은 오늘, 어떤 속도로 하루를 보내셨나요?

잠시 멈춰 서서 자연을 느끼며 걸어보는 건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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