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맨발로 쓴 에세이 – 술 시리즈1편》
맨발나그네와 술 – 신선도 취하고, 사람도 취하고
요약문:
내가 태어나기 전 세상을 떠난 조부와 92세까지 술을 즐기신 부친. 유전적으로 술에 관해 타고난 우리 집안의 이야기부터, 학창시절, 산중의 유하주, 지금은 절주 중인 맨발나그네의 술 인생을 담았다. 그래서 죽기 전, ‘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정리해보고 싶었다.
내가 태어나기 전 세상을 뜬 나의 조부는, 고향동네 어른들 말씀을 빌리자면 “주객(酒客)이 청탁(淸濁)을 가리랴?”라며 술을 즐기셨다고 한다.
92세 일기로 15여 년 전 세상을 뜨신 우리 아버지도 술을 꽤나 즐기셨다. 돌아가시기 전날에도 우리 형제들과 마주 앉아 술 한 잔을 기울이셨고, 그 다음날 새벽 조용히 이승을 떠나셨다.
유전적으로 술에 관한 한 타고 난 집안 내력이라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 형제들도 대체로 술을 잘 마셨다.
내가 술을 처음 입에 댄 것은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그 시절 친구들과 들락거리던 발안장터 술집은 이제 사라졌지만, 그 친구들과는 지금도 50년을 함께하며 한 잔을 기울인다.

군생활과 대학 시절은 말 그대로 통음의 시절이었다. 긴급조치, 유신정치, 비상계엄이 뒤엉켜 있던 시대. 우리는 조국을 걱정(?)하며 마셨고, 학점을 걱정하며 마셨다. 그 후 졸업을 하고도 1년에 서너 차례 만나 술 잔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다. 이후 직장과 사업으로 마신 술은 또 다르다. 접대주, 회식주, 위로주...

산에서의 술은 더욱 특별하다. 맨발로 오른 정상에서 꺼내는 유하주(流霞酒)는, 신선이 마신다는 전설처럼 그 자체가 보약이었다. 맨발의 취선(醉仙)이 되어 노닌 시절이었다.
물론 요즘은 국립공원 음주금지로 절주 중이다. 작년엔 1년간 금주도 해보았다. 하지만... 완전한 단주는 아직 어렵다.

내게 술이란? 상표불문, 도수불문, 장소불문. 다만 좋은 사람과, 적당한 시간에, 적당한 양으로.
내가 바라는 건 하나다.

언젠가 내 인생의 마지막 날, 아버지처럼 수의 한 벌 얻어 입고 떠나기 전날, 자식들과 술 한 잔 나눈 뒤 눈을 감고 싶은 바램이다.
신선은 유하주를 마신다 했고, 정철도 술과 절연 못해 시를 남겼다. 술이 술을 마시기 전에, 나는 술을 삶처럼 마시고 싶다.
그래서 죽기 전, 이 술이라는 것에 대해 나름의 정리를 한 번쯤 해보고 싶었다. 그 이야기를 지금부터 이 《맨발로 쓴 에세이》 시리즈에 적어 보려 한다.
《맨발로 쓴 에세이 – 술 시리즈》 예고편
1편: 맨발나그네와 술 (이 글)
2편: 술의 역사, 인간의 욕망
3편: 술의 종류
4편: 문학작품 속의 술
5편: 술과 예술 (음악, 미술 등)
6편: 술과 건강
7편: 술과 공동체, 인간 심리, 음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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