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로 쓴 에세이

《맨발로 쓴 에세이 – 술 시리즈1편》 맨발나그네와 술 – 신선도 취하고, 사람도 취하고

맨발로 걸어라 2025. 7. 4. 08:35

 

《맨발로 쓴 에세이 – 술 시리즈1편》
맨발나그네와 술 – 신선도 취하고, 사람도 취하고

요약문:
내가 태어나기 전 세상을 떠난 조부와 92세까지 술을 즐기신 부친. 유전적으로 술에 관해 타고난 우리 집안의 이야기부터, 학창시절, 산중의 유하주, 지금은 절주 중인 맨발나그네의 술 인생을 담았다. 그래서 죽기 전, ‘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정리해보고 싶었다.

 

내가 태어나기 전 세상을 뜬 나의 조부는, 고향동네 어른들 말씀을 빌리자면 “주객(酒客)이 청탁(淸濁)을 가리랴?”라며 술을 즐기셨다고 한다.

92세 일기로 15여 년 전 세상을 뜨신 우리 아버지도 술을 꽤나 즐기셨다. 돌아가시기 전날에도 우리 형제들과 마주 앉아 술 한 잔을 기울이셨고, 그 다음날 새벽 조용히 이승을 떠나셨다.

유전적으로 술에 관한 한 타고 난 집안 내력이라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 형제들도 대체로 술을 잘 마셨다.

 

내가 술을 처음 입에 댄 것은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그 시절 친구들과 들락거리던 발안장터 술집은 이제 사라졌지만, 그 친구들과는 지금도 50년을 함께하며 한 잔을 기울인다.

▲ 신선봉 가는 길, 유하주(流霞酒) 한잔(2013년)

 

군생활과 대학 시절은 말 그대로 통음의 시절이었다. 긴급조치, 유신정치, 비상계엄이 뒤엉켜 있던 시대. 우리는 조국을 걱정(?)하며 마셨고, 학점을 걱정하며 마셨다. 그 후 졸업을 하고도 1년에 서너 차례 만나 술 잔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다. 이후 직장과 사업으로 마신 술은 또 다르다. 접대주, 회식주, 위로주...

▲ 대학 친구들과, 50년의 술우정(2014년 모대학 게스트하우스에서 밤이 새도록....)

 

산에서의 술은 더욱 특별하다. 맨발로 오른 정상에서 꺼내는 유하주(流霞酒)는, 신선이 마신다는 전설처럼 그 자체가 보약이었다. 맨발의 취선(醉仙)이 되어 노닌 시절이었다.

물론 요즘은 국립공원 음주금지로 절주 중이다. 작년엔 1년간 금주도 해보았다. 하지만... 완전한 단주는 아직 어렵다.

▲ 눈 덮인 산에서, 몸 녹이는 한 잔(2014년 평창 잠두산에서)

 

내게 술이란? 상표불문, 도수불문, 장소불문. 다만 좋은 사람과, 적당한 시간에, 적당한 양으로.

내가 바라는 건 하나다.

▲ 가장 좋아하는 술, 이름도 ‘처음처럼(사진 출처: Pixabay)

 

언젠가 내 인생의 마지막 날, 아버지처럼 수의 한 벌 얻어 입고 떠나기 전날, 자식들과 술 한 잔 나눈 뒤 눈을 감고 싶은 바램이다.

 

신선은 유하주를 마신다 했고, 정철도 술과 절연 못해 시를 남겼다. 술이 술을 마시기 전에, 나는 술을 삶처럼 마시고 싶다.

 

그래서 죽기 전, 이 술이라는 것에 대해 나름의 정리를 한 번쯤 해보고 싶었다. 그 이야기를 지금부터 이 《맨발로 쓴 에세이》 시리즈에 적어 보려 한다.

 

《맨발로 쓴 에세이 – 술 시리즈》 예고편
1편: 맨발나그네와 술 (이 글)
2편: 술의 역사, 인간의 욕망
3편: 술의 종류
4편: 문학작품 속의 술
5편: 술과 예술 (음악, 미술 등)
6편: 술과 건강
7편: 술과 공동체, 인간 심리, 음주 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