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다른 사랑은 없어질 수 있을까요?
맨발로 숲길을 걸으면 세상이 조금 달라 보입니다. 바람은 나뭇결을 스치며 속삭이고, 햇살은 잎맥 사이사이로 스며듭니다. 그 길 위에서 저는 자주 ‘사랑’의 풍경을 봅니다. 연못가 풀밭에 나란히 앉아 서로의 체온을 나누는 새들, 바람에 포개지며 흩날리는 꽃잎들…. 자연은 말없이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줍니다. 그 장면들은 인간의 사랑, 그리고 우리가 조심스레 부르는 ‘또다른 사랑’을 떠올리게 합니다.

연못가의 두 오리 – 말없이 서로를 의지하는 자연의 사랑. (사진 출처=Pixabay)
인간 사회에서 ‘또다른 사랑’은 오래된 질문입니다. 일부일처제를 표준으로 삼아왔지만, 인간은 본능과 제도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립니다. 대부분의 포유류가 한 짝에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사랑을 하나의 영원한 형태로 고정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합니다. 사랑은 때로 규칙을 벗어나 새로운 설렘을 향해 움직이는 힘을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학자들은 사랑의 첫 불꽃을 ‘페닐에틸아민(PEA)’이라는 뇌 내 물질과 관련지어 설명합니다. 강렬한 끌림과 황홀감은 이 물질이 뿜어내는 불꽃과 닮아 있고, 그 효과가 평균적으로 18~30개월가량 지속된다고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때때로 격렬한 사랑의 파고를 건너며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거나, 혹은 새로운 가능성 앞에 서기도 하지요. 이처럼 사랑은 도덕과 제도만으로는 완전히 규정하기 어려운, 인간 존재의 깊은 층위에 놓여 있습니다.

흩날리는 벚꽃길 – 덧없음과 아름다움, 사랑의 또다른 얼굴.(사진 출처=Pixabay)
문학과 영화, 예술은 오래전부터 이러한 갈등을 비추어 왔습니다. 금기와 욕망, 선택과 책임, 설렘과 그늘, 귀환과 이별…. 그 서사들 속에서 우리는 인간이 얼마나 복합적인 존재인지 마주하게 됩니다. 누군가는 상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누군가는 삶의 공허를 메우기 위해, 또 누군가는 생의 강렬함을 확인하기 위해 사랑의 문턱을 다시 넘습니다. 그 선택들이 항상 옳거나 아름답지는 않지만, 사랑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분명합니다. “당신은 무엇을 사랑이라 부르며, 그 사랑이 당신을 어떤 사람으로 만들어가고 있는가?”
저는 맨발로 걷습니다. 발바닥이 흙을 만지는 순간, 마음의 속도가 늦춰지고 세상이 또렷해집니다. 흙과 풀잎, 작은 자갈의 감촉이 전해주는 ‘지금, 여기’의 감각 속에서 사랑은 한 사람의 소유가 아니라 ‘삶을 확장하는 힘’으로 다가옵니다. 관계의 형태가 어떠하든, 사랑이 끝내 우리를 성숙과 연민, 책임으로 이끈다면 우리는 그 안에서 자신을 조금씩 더 넓혀갈 수 있을 것입니다.

맨발 숲길 – 제도와 도덕의 선을 넘어, ‘삶을 넓히는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본다.
또다른 사랑은 사라져야 할 ‘위험한 금기’일까요, 아니면 인간이라는 존재가 살아 있는 한 되풀이되는 ‘가능성의 그림자’일까요? 아마 정답은 각자의 경험과 가치관 속에 있을 것입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사랑이 우리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고 타인의 고통에 민감하게 만든다면 그 사랑은 이미 책임과 성찰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제도와 본능 사이에서 흔들리는 존재이지만, 흔들림 속에서도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오늘도 숲길에는 꽃잎이 겹겹이 포개져 길을 이루고, 새들은 짧은 울음으로 서로를 부릅니다. 자연의 풍경처럼, 우리 삶의 사랑도 하나의 모양으로만 머물지 않습니다. 그 다양한 얼굴을 이해하려는 태도, 타인과 자신을 함께 존중하려는 마음, 그리고 상처를 최소화하려는 책임감이 사랑을 더 깊고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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