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라이프

70이 넘은 지금도 어머니는 그리움입니다

맨발로 걸어라 2026. 5. 27. 16:00

 

▲ 출처: 시니어말벗 TV '70이 넘은 지금도 어머니는 그리움입니다' 썸네일

 

나이가 들면 세상 모든 일에 담담해질 줄 알았습니다. 거울 속 깊게 패인 주름과 하얗게 새어버린 머리칼을 보며, 나도 이제 인생의 황혼을 지나 성숙한 어른이 되었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참 이상하지요. 내 나이 일흔이 훌쩍 넘은 지금도, 문득 가슴 깊은 곳에서 차오르는 그 세 글자만 떠올리면 목이 메어옵니다. "어머니." 부르기만 해도 눈시울이 붉어지는 영원한 내 편, 나의 어머니가 오늘따라 너무나도 그립습니다.

얼마 전, 어머니의 15번째 기일이었습니다. 자식들 일곱 아들을 철인처럼 키워내시고 평생을 헌신하셨던 나의 가장 소중한 여인, 구길서 여사님. 어머니의 기일을 기리기 위해 우리 형제들은 화성 추모공원에 모였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형제들과 함께 어머니의 뜻을 기리며 애도하고 각자의 삶으로 흩어졌지만, 홀로 돌아오는 길에 밀려오는 쓸쓸함과 그리움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70대의 노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마음은 어머니 품을 그리워하는 어린아이에 머물러 있나 봅니다.

 

▲ 출처: 구길서 여사님과 아버님의 빛바랜 전통 결혼식 사진

 

어머니는 1922년 경기도 용인시 남사면에서 솜씨 좋고 인심 넉넉한 집안의 장녀로 태어나셨습니다. 동네에서 '이쁜이'라 불리며 사랑받던 수줍은 소녀는, 세월이 흘러 한 가정의 어머니가 되었고 무려 70여년의 긴 세월 동안 아버지와 해로하며 자식들을 위해 온 삶을 바치셨습니다. 척박했던 시절, 먹고살기 팍팍했던 그 고난의 세월 속에서도 어머니는 단 한 번도 힘들다는 내색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오직 자식들이 굶지 않고, 반듯하게 자라기만을 바라며 하루하루를 기적처럼 버텨내신 분이었습니다.

 

▲ 출처: AI로 재현한 동네의 궂은일과 산파를 도맡아 하시던 구길서 여사님의 헌신적인 모습

 

어머니는 단순히 한 가정의 어머니를 넘어, 온 동네의 온기였습니다. 마을에 아이가 태어날 때면 언제나 가장 먼저 달려가 생명을 받아내던 든든한 산파이기도 하셨습니다. 궂은일,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고 이웃들을 돌보시던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은 여전히 고향 마을 사람들의 기억 속에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정작 본인의 몸이 부서지는 줄도 모르고 타인과 자식을 위해 헌신하셨던 그 숭고한 뒷모습을, 나이가 든 지금에야 비로소 가슴 깊이 이해하게 됩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 일곱 형제는 참으로 유별나고 말썽도 많았습니다. 그 올망졸망한 자식들을 모두 굶기지 않고 훌륭하게 키워내기 위해 어머니는 철인이 되어야만 하셨습니다. 엄동설한 매서운 겨울바람이 부는 빨래터에서 얼음물을 깨고 빨래를 하느라, 어머니의 손등은 늘 거북이등처럼 피가 배어 나오고 갈라져 있었습니다. 자식들이 대학에 갈 때면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발을 동동 구르시던 그 눈물겨운 뒷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자식의 기쁨 뒤에는 항상 어머니의 뼈를 깎는 고통과 눈물이 숨겨져 있었음을 그때는 왜 알지 못했을까요.

 

▲ 출처: 그토록 원하시던 자식의 대학 졸업식 날, 구길서 여사님과의 소중한 기념사진

 

어머니의 평생 기도 제목은 오직 '자식들의 안녕과 평화'였습니다. 매일 아침 새벽같이 일어나 정한수를 떠놓고 두 손이 닳도록 빌고 또 빌으셨던 그 간절한 기도의 힘이 있었기에, 우리 일곱 형제는 거친 세상 속에서도 엇나가지 않고 저마다의 몫을 다하는 반듯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평범하고 평화로운 일상은 모두 어머니가 밤낮으로 흘리신 눈물의 기도 덕분입니다.

 

▲ 출처: AI로 재현한 평생 자식들을 위해 새벽마다 정한수를 떠놓고 기도하시던 어머니의 모습

 

세월이 흘러 어머니도 피할 수 없는 노년을 맞이하셨습니다. 아버님이 먼저 세상을 떠나신 후, 6개월 뒤쯤 뒤딸아 세상을 하직하였지만 그동안 자식들의 전화를 기다리시던 외로운 뒷모습이 가슴 아프게 기억납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던 "밥은 제때 잘 먹고 다니니?", "사랑한다, 내 아들아" 하시던 따뜻하고 인자한 목소리가 오늘따라 귓가에 너무나 생생합니다. 그 목소리가 그리워 헤아려보니 늘 죄송한 일들만 기억나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 출처: 구길서 여사님의 88세 미수(米壽) 생신날, 다정하게 식사를 나누시던 부모님의 생전 모습

 

어머니는 90세를 일기로 우리들 곁을 떠나 하늘의 별이 되셨습니다. 평생 자식이라는 짐을 지고 철인처럼 묵묵히 걸어오셨던 위대한 어머니. 이제는 하늘나라에서 아버님을 다시 만나 고단했던 짐을 모두 내려놓으시고 편안히 쉬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어머니가 남겨주신 사랑의 유산 덕분에, 명절이나 추모일이 되면 수많은 자손이 한자리에 모여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을 이야기하곤 합니다. 비록 육신은 곁에 없지만, 어머니의 온기는 우리 가족 모두의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 출처: 몇 년 전 추석 명절을 맞아 성묘에 모인 구길서 여사님의 자손들

 

나의 영원한 안식처이자 인생의 등불이셨던 어머니. 일흔이 넘은 이 못난 아들은 여전히 어머니가 베풀어주신 끝없는 사랑을 다 갚지 못해 후회와 그리움 눈물을 흘립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자식들의 고향이자 위로이신 이 땅의 모든 위대한 어머니들에게 깊은 감사와 존경을 바칩니다. 오늘 밤 꿈속에서라도 어머니의 따뜻한 손을 한 번만 꼭 잡아볼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어머니, 정말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 시니어말벗 TV 블로그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일흔 넘은 아들의 절절한 사모곡이 마음에 닿으셨다면, 앞으로도 시니어 세대의 따뜻한 인생 이야기와 진솔한 위로를 나눌 수 있도록 블로그 [구독][좋아요]로 응원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의 따뜻한 댓글 한 줄은 제게 가장 큰 힘이 됩니다.


📺 유튜브에서 생생한 목소리로 듣기

70대 아들이 직접 녹음한 감동적인 나레이션과 따뜻한 영상이 유튜브 채널에 준비되어 있습니다.

시니어말벗 TV 유튜브 보러가기

📰 시니어말벗 TV의 다른 감동 이야기

인생 황혼기를 더욱 풍요롭고 따뜻하게 만들어 줄 시니어말벗 채널의 다양한 글들을 만나보세요.

블로그 다른 글 둘러보기